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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
 2011년 06월04일 ( )  부루넷의 일기  VIEW : 6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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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나는 비교적 평탄하게 살아 왔던 것 같다.
어찌보면 작은 일이었지만,내게도 오래도록 기억되는 어린시절의 충격적인 사고가 있었다.

딸과 남편이 함께 선생님에 대해 이야기하다 고등학교 시절 선생님 이야기가 나왔다.
딸은 영어성적이 가장 좋아서인지 영어선생님과 담임(미술)선생님을 좋아하고 잘 따랐다.
난 미술을 가장 좋아하고 잘하기 때문에 미술선생님은 잘 따랐지만,영어선생님은 정말 싫었고 더불어 영어성적도 형편 없었다고 말하자 남편과 딸은 이유를 물었다.

우리 아빠가 누구라는건 담임만 알고있었는데,교무실에 잡담하다가 말했는지 어느날 영어선생이 날 불러서 "네 아빠가 고바우시냐?"고 물었다.
난 "아뇨 김'성'자 '환'자 쓰십니다."
"아~ 그러니까 맞잖아?"
"아뇨 고바우는 만화주인공이지요.아빠는 그걸 그리시구요"
선생은 당돌하다는 표정으로 썩소를 지었지만 나또한 기분이 좋지않았다. - 누가 님더러 "니가 영어냐?" 물으면 좋겠니?
학년마다 한반에 60명이 넘는 반이 열두반이었다.
그는 담임도 아니고 나와 일주일에 몇시간 수업을 할 뿐 영어성적도 바닥인 나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데,왜 우리 아빠에 관심을 갖지?
난 눈에도 띄기 싫은 학생이었고,그저 아무선생도 내게 관심이 없었길 바랬다.
수업시간에도 필기보다는 그림으로 가득한 노트며 연습장, 공부가 정말 싫었다. 아울러 싫어하는 과목의 숙제도 거의 안해갔다.

영어선생은 숙제를 안해온(매일 같은 숙제였고,늘 거의 반이상이 숙제를 안했다.)학생들을 일일히 손등을 꼬집고 다녔다.
꼬집는것이 보통이 아니라 살을 있는 힘껏 집어서 비틀어 올리기 때문에 수업이 끝나면 아이들 모두 손등에 시퍼렇고 커다란 멍이 들어있었다. 그리고 그 멍은 다음시간까지 지속되었다.
그런 체벌을 이해하기 힘들었다.분명 선생이 변태일꺼라고 아이들은 수근거렸다.

어느날 손등을 꼬집히고 무심코 "아..손등에 멍이 가실날이 없네.."라고 말하자
선생은 되돌아와서 갑자기 플라스틱 자를 집어들고 내 뺨을 때리기 시작했다. 몇대였는지 기억도 안난다.
나는 너무도 놀라고 당황스러웠고 아무생각도 안났다.
수업시간 내내 씩씩거리며 눈물을 떨구었고 선생은 좀 심하다 생각했는지 수업후 좀 따라오라고 말했다.

상담실에 앉아서 울고있는 날 올려다보며 "오늘 내가 기분이 좀 나쁜 일이 있었는데 숙제도 안해온 니가 대드니까 흥분을 좀 했나보다. 그렇다고 그렇게 선생님에게 대들어야 했냐..어쩌고 저쩌고.."
숨을 몰아쉬며 얼굴이 시뻘겋게 닳아오른채로,난 분을 삭히며 "죄송합니다.선생님 다시는 말대답 하지 않겠습니다."라고 또박또박 말했다.
내 머리속에는 온통 선생님이니까 이렇게 말 할 수 밖에 없다는걸...어리니까 반전체 아이들 앞에서 모욕적인 뺨을 맞았어도 참아야한다고 생각하며 이를 악물었다.

부모님은 민주적인 분이셨다. 일방통행이 아니라 서로 대화를 했다.
아이라고 무조건 말대꾸하지 말라던가,반박한다고 당돌하다 하지 않으셨다.
어리기 때문에 부모님께 부당한 대우를 받은 기억이 없고 야단을 치셨어도 벌을 서게하거나 때리신 적은 없었다.
거짓말은 안했기 때문에 야단을 맞아도 해명의 기회가 언제나 있었고 야단을 맞을 때도 우리는 이유를 충분히 이해를 했다.

그 선생은 자기 기분이 나쁘다는 이유로 뺨을 때려놓고 건방지고 당돌한 학생에게 정당한 처벌을 했다는 듯 말했다.
나는 이해 할 수가 없었다. 인간으로서 나의 인격은 동등했는가?
그 후 수업시간에도 절대 선생을 쳐다보지 않았고 복도앞에 마주보고 다가오면 인사할 거리가 되기 직전에 돌아서서 반대방향으로 가곤했다.
그후로 선생은 내게 관심을 보이지도 숙제를 안해도 멍들정도로 꼬집거나하지 않았다.
본인도 알았을 정도로 외면했고,그후 다시는 선생님 취급을 안해주었다.

그 이야기를 하니 직업이 선생님인 남편도 학생인 딸도 놀랐다. 60명앞에서 뺨을 맞았으며 그것이 내게 어떤 상처를 줬는지,25년전 일을 이야기하면서 눈물을 흘리는 날보고 알게되었다.

고등학교때 담임선생님들과 미술선생님 얼굴은 기억나도 성함은 모두 잊었는데,성이 "가"씨라서 그랬는지 몰라도 영어선생 이름만은 선명하게 기억한다.
혹시나해서 구글검색을 해보니 몇년전 평교사로 정년퇴임했으며 모 고교 동창모임에 가입이 되어있었다.
그리고 고교시절 졸업사진이 떴다. 그 얼굴을 보자 갑자기 피가 꺼꾸로 쏟구쳐올랐다.
이런게 트라우마인가보다.

범죄 피해자들의 트라우마는 얼마나 크고 고통스러울지 짐작조차 안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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