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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킬 수 없는
 2011년 10월07일 ( )  부루넷의 일기  VIEW : 825
tierney_gene_return_of_frank_james.jpg (39.0 KB), Down : 12



이것은 Gene인형의 모델이었다는 영화배우 진 티어니(Gene Eliza Tierney)의 이야기다.

티어니와 첫번째 남편인 올렉 카시니 사이에는 두 딸이 있었는데 1943년에 태어난 첫 딸인 다리아를 임신했을 때, 카시니가 2차대전 중에 소위로 복무하는 동안 임신중인 티어니는 USO 투어에 참여했다가 (USO : 미군 위문 협회) 풍진에 감염된다.
(풍진이란 홍역과 비슷한 전염성 질환으로 증세 자체는 가볍지만 임산부가 풍진에 걸렸을 경우 태아에게 치명적인 기형이 나타날 수 있음) 티어니의 딸 다리아는 귀를 먹고 백내장으로 인해 거의 눈이 먼 채 미숙아로 태어나 대량의 수혈을 받았으며 정신지체아 판정을 받고 후에 치료시설에 보내졌다.
티어니는 슬픔으로 인해 오랜 세월 정신병에 시달렸고,정신병원에서 탈출했다가 붙잡힌 적도 있고 퇴원 후에는 자살을 시도한 적도 있었다.

세월이 흐른 후 말년의 티어니에게 여성팬 한 명이 접근해 40년대 초반에 USO 투어중인 티어니를 만나기 위해 풍진에 걸린 채로 격리소에서 빠져나온 적이 있다는 얘기를 들려주었다. 그 여자가 자세한 이야기를 떠들고 나자 티어니는 그녀를 노려보고는 아무 말도 없이 자리를 떠났다. 티어니는 후에 '그 여자와의 첫번째 만남은 기억나지 않지만 두번째 만남은 남은 평생동안 기억할 것이다' 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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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나의 이야기다.

둘째 아이가 태어난지 한달이 되자 엄마가 같이 교회에 가도 되지않겠냐 물으셨고,예쁜 아기를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나는 선뜻 따라나섰다.
교회 유아실에는 많은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었고 갓난아기를 보려고 아이들이 몰려왔다.
그중에는 콧물을 훌쩍거리는 아이도 있었다. 어린아이들을 물리칠 수 없어서 아기를 보여주었는데,몇일후 아기는 열이 오르고 심하게 앓았다.
병원에 갔더니 갓난 아기는 엄마의 면역성을 가지고 있어서 감기에 걸리지 않는데,이 증세가 나타나는 것은 요로감염이나 뇌막염일 수 있으니 큰 병원에 데려가라는 것이다.

아기는 뇌수막염에 걸렸다. 입원후 의식을 잃었고 신생아 격리병동으로 옮겨졌다.
그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고 싶지도 않을 만큼 암흑과 절망이었다. 의사는 아이가 깨어나지 못할지,바보가 될지,신체 장애가 올지 아무런 확답도 줄 수 없다는 것이다.
당시 나는 어떤 상태여도 제발 살기만을 바랬었다. 단지 아기를 떠나보내고 살아 있을 자신이 없었다.
아기가 기고 걷고 뛰며 자라나는 모습을 볼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하겠다고 다짐했었다.

내 아이는 회복되었지만 자폐성향을 가진 정신지체 장애아동이 되었다.
긴 시간을 자책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쳤다.
마침내 받아들이고 평화가 찾아온지 수년이 지났는데, 어느날 갑자기 그날이 떠올랐다.

그날 교회에 따라가지 않았더라면,유아실에 가지 않았더라면, 내 아들은 지금쯤 멋지게 자라서 공부도하고 대화도하고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었을테고 앞으로 결혼도하고 취직도 할 수 있었을텐데...

살면서 괴롭고 화나고 슬픈일들이 많이 있었지만,절망적인 적은 아기가 입원했던 몇일 말고는 없었다.
문득 그날의 일을 돌이킬 수 없다는 사실을 생각하니 절망에 빠져버렸다. 이런 생각을 떨치지 못하면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죽고싶은 생각은 없지만 총이 있었다면 이런 생각을 지우려고 머리를 날려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사람들이 살면서 한순간의 선택이나 실수,사고 때문에 영원히 돌이킬 수 없는 상처나 장애를 가지게 되는 경우가 있다.
단지 몇초 때문에 사고가 나고, 잠깐 했던 행동 때문에, 혹은 아무런 영향도 없을 것 같은 선택 때문에,남이 모르고 한 작은 행동 때문에 남은 인생의 행로가 의지와 상관없이 바뀌게 되는 것이다.
이런 일들을 받아들이는 것은 굉장히 어렵고 힘들다.
원망을 할 수 도, 해봤자 소용도 없고 방법도 없을 때 드는 절망적인 기분...이것이 계기로 우울증이 시작되면 밀려드는 파도처럼 맊을 수가 없어진다.

늘 긍정적으로 살아야한다며 자신을 다독일때 했던 생각을 떠올려본다.
아이가 기고,걷고 뛰고 자라나는 모습을 볼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하겠다던 간절했던 내 자신.

내가 무엇을 더 바랄 수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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